얼마전 아마존에서 Thanksgiving을 맞아 몇몇 이어폰을 할인해서 판매했는데, 그때 좀 고민을 하다가 이번엔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본 후, 결국 Sennheiser HD598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Sennheiser HD598는 Sennheiser 제품 중 최고가 제품은 아니고, 그렇다고 최저가 제품도 아닌, 중상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제품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대략 25만원 정도인데, 한국에선 40만원 이상을 줘야 구입할 수 있겠더군요.
이 제품의 외관상 특징은 밝은색과 강렬한 색의 조합입니다. 보통 헤드폰이 검은색, 회색 계열임을 생각하면 좀 파격적인 색상이죠. 저도 구입하기 전엔 이런 색이 나랑 맞을까 고민을 했는데, 막상 써보니 마음에 들더군요. 지금은 검은색 헤드폰은 너무 칙칙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스러운 음색입니다. 우선, 음색은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해석해줍니다. 제가 Bose In-Ear를 쓸 때는 이 이어폰에 맞는 음악이 따로 있어서 그런 음악만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제품은 어느 종류의 음악을 들어도 모두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물론 나름대로 고가의 제품답게 해상도도 뛰어납니다. 이 제품으로 들으면 음악가가 왜 이 부분을 이렇게 연주했는지 알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음악을 뛰어넘는 음악가의 의도까지 전달이 되는 것이죠.
이 제품의 또 다른 장점은 편안한 착용감입니다. 많은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오래 착용하면 귀나 귀 주위가 아픈데(블루투스 제품인 모토롤라 s9을 쓰는데, 이 제품은 귀 옆을 눌러 고정하는 방식이가 그 부분이 아픕니다), 이 제품은 벨벳으로 부드럽게 귀를 감싸주기 때문에 몇시간씩 쓰고 있어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음이 자연스러워 음악으로 인한 피로감도 없기 때문에 장시간 음악을 듣기엔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제품도 단점이 있는데, 가장 큰 단점은 음이 새는 open back 방식이라 내가 음악을 들으면 주변 사람도 다 같이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도서관에선 사용이 절대 불가능하고, 지하철에서도 왠만해선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은 쉽게 말해 작은 스피커를 귀 옆에 달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라서, 내게 크게 들리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도 어느 정도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죠. 차음성도 별로 안좋아서 주변의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립니다. Open back 방식은 이처럼 소리가 새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장점으로는 공간감이 좋습니다. 즉, 악기별로 어느 위치에서 소리가 나는지 다 구분이 됩니다. 특히 타악기가 머리 주변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니까 재미있더군요.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제품은 휴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소리가 새는 점이 그럴 뿐 아니라, 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부슬비라도 오는 날 썼다간 숭숭 뚫린 구멍으로 습기가 다 들어가겠더군요. 따라서 이 제품은 실내에서 혼자 음악을 감상할 때 쓰는 것이 좋습니다.
나름대로 여행을 많이 하는 제가 이어폰대신 이렇게 휴대성이 안 좋은 헤드폰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제품은 코드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B&O A8, Bose In-Ear를 써봤는데, 결국 2년 내에 다 고장이 나더군요. 물론 이는 제가 제품을 험하게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동할 때 어느 정도 선에 무리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만약 또 다른 이어폰을 구입했다간 1-2년 내에 또 고장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어폰 구매는 포기했습니다. 이 제품은 본체에 코드를 끼우는 방식이라 코드가 끊어지면 코드만 갈아주면 됩니다. 즉, 본체만 잘 관리한다면 10년이라도 쓸 수 있겠더군요 (물론 본체가 얼마나 튼튼할지는 모르지만). 코드 끊어지는 일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저에겐 구매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저는 이 제품을 맥북프로에 물려 쓰는데, 아이폰으로 들어보면 역시 아이폰은 소리가 좀 부족하단 느낌이 듭니다. 앰프를 쓰면 낫다고 하는데, 어차피 이동용으로 쓸 것이 아니라 이동중엔 모토롤라 s9을 쓰고, 집에선 맥북프로와 이 제품을 씁니다. 이 제품을 쓰면서 128kbps 로 인코딩된 mp3는 음질이 확실히 떨어진다는 사실이 느껴져서 이제는 인코딩도 320kbps나 lossless로 합니다. 그리고 DAC의 필요성도 느껴져서 Apogee 제품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Sennheiser HD598는 오디오 입문용으로 매우 적절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